학부모의 학비 부담이 초등학생의 중퇴에 미치는 영향 네이처스 레터 24호 Nature's Letter vol.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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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사업을 하다 보면 기대 이상으로 잘 하는 학교도 있지만, 관심을 쏟아부어도 따라오는 것도 버거운 학교도 있습니다. 우간다 굴루/오모로 지역의 46개 공립 초등학교 중 가장 아픈 손가락(?) 같았던 라푸다 초등학교는 ‘왜 그렇게 못 따라올까’ 늘 답답했어요. 그런데 학교에 직접 가보니 단순히 교장의 리더십, 교사들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가 아니었어요. 라푸다 초등학교의 학생 재적은 388명인데, 제가 방문한 날 실제 출석한 학생은 143명으로 학생 출석률이 37%에 불과했어요. 학생 3명 중 1명만 출석한 건데, 나머지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라푸다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초등학교들도 저학년엔 학생들이 많은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들어요. “이 학생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2015년에 우간다 굴루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가졌던 의문에 지금은 2가지 정도로 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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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초등학교 졸업시험(Primary Leaving Examination, PLE)을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더 잘 가르치는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경우가 있어요. 우간다에서는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요. 우간다의 PLE는 우리나라 수능 같은 열기 속에 치러져요. PLE 통과율과 지역 내 학교 순위가 전체 공개되는데요. 작년도 PLE 결과를 보고 학부모는 자녀가 PLE 대비를 잘할 수 있도록, PLE 성적이 좋은 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킬 수 있어요(Suzuki, 2002). 그렇다 보니, PLE 성적이 좋은 학교에는 고학년 전학생 수가 늘어나고, PLE 성적이 낮은 학교는 고학년 학생 수가 줄어들어요. 라푸다의 경우 후자여서 7학년 교실에는 단 12명의 학생들만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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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별 PLE 성적에 따른 7학년 학생 수 차이 |
또 하나는 학부모/보호자가 교육에 무관심하거나, 당장 먹고살기가 빠듯하니 자녀를 공부시키는 대신 가사노동이나 아동 노동을 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저출생을 고민하는 국가지만, 우간다는 한 가정당 평균 5.4명의 자녀들이 있어요. 학교에 보냈을 때의 장기적인 이득보다 지금 당장의 경제적 이득이 우선하면, 모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어렵겠죠. 더욱이 우간다는 1997년에 보편적초등교육(Universal Primary Education)이라는 무상 교육 정책을 도입했지만, 실제로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공식적 학비인 학부모회비(PTA fee)가 있어요. 원래는 학생에게 필요한 교복, 학용품, 급식에 대한 비용이지만, 교사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식사 제공, 추가 수당 제공, 학교의 시설물 유지 보수에도 학부모회비가 쓰인답니다. 그런데 가난한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오늘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 하루의 소득이 줄어드는데, 추가적으로 비공식적 학비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자녀를 학교에 보낼까요?
2017년 우간다 초등학교의 등록률은 106%이나 졸업률은 🔗남학생 52%, 여학생 54%로 동아프리카 주변국인 케냐(여학생 103%, 남학생 103%, 2016), 탄자니아(여학생 61%, 남학생 83%, 2022), 르완다(여학생 94%, 남학생 81%, 2021)보다 낮아요. 김장생 교수님(2022)의 최근 연구는 우간다 초등학생의 중퇴 요인은 낮은 소득, 교육비 부담, 성차별, 종교, 통학 시간, 학부모의 교육 수준 등 다양하지만, 교육비 부담을 가장 큰 요인으로 밝혔는데요. 우간다 패널 데이터를 활용한 Sakaue (2018)의 연구도 동일한 결과를 보여줘요. 농촌 지역 취약 계층 학생들은 학비가 높아지면, 학비를 납부하지 못해 결석이 늘어나지만, 똑같은 시골 지역이라고 해도 학비를 낼 수 있는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높은 비공식적 학비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요.
신규 사업 제안을 준비하면서 굴루 지역 사업학교 21개교의 학부모회비 조사를 했는데요. 흥미로운 건 지역 내 7학년 학부모회비가 가장 높은 A 학교는 143,000UGX(약 5만 원)인데, 가장 학비가 낮은 B 학교는 12,000 UGX(약 4천 원)로 학부모 부담이 거의 12배 차이가 납니다. 그렇지만 학비가 비싸도 학교 순위가 높은 A 학교는 학생이 몰리기 때문에 7학년이 142명이지만, 학비가 저렴한 B 학교는 7학년이 60명으로, 학생 수는 2.4배 차이가 나요. 학생 수에 비례해서 학교 예산이 결정되기 때문에,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학교의 운영 예산이 적고 교육의 질에 영향을 받아요.
우간다 전체로 보면 사실상 학비의 차이가 교육 격차를 만든다고 볼 수 있어요. 2024년에 발행된 우간다 전국 3학년, 6학년 수리, 문해 성적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 간 차이는 적지만 도농 간, 사립/공립 간 교육의 격차가 커요. 도시 지역으로 갈수록, 사립학교일수록 학부모회비가 비싸다는 것을 고려하면, 학부모회비와 교육의 질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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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2023 우간다 초3, 초6 문해 수리 평가 결과 |
출처: Uganda National Examinations Board (2024). The achievement of primary school learners in numeracy and literacy in English in Uganda: 2023 NAPE report. |
중도 탈락의 핵심 요인이 높은 비공식적 학비로 인한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라면, 우리는 초등학생들의 중도 탈락을 막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누군가 선의로 취약계층 학생의 학부모회비를 대신 내주는 대신, 우간다에서 진정한 무상 교육이 실현되려면 공립 초등학교의 어떤 문제가 해결돼야 할까요? 가을이 깊어지면서 신규 사업 아이템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네요. 제 고민을 담은 긴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4년 10월 1일
Hope is Education! 사단법인 호이
설립자 겸 대표 박자연 드림 |
참고문헌
🔗Kim, J., & Jun, M. (2022). Money, a drain of educational opportunity: A microregional study of school dropouts in Mpigi, Uganda. Sustainability, 14, 5875, 1-15.
🔗Sakaue, K. (2018). Informal fee charge and school choice under a free primary education policy: Panel data evidence from Uganda. International Journal of Educational Development, 62, 112-127.
🔗Suzuki, I. (2002). Parental participation and accountability in primary schools in Uganda. Compare, 32(2), 243-259.
🔗Uganda National Examinations Board (2024). The achievement of primary school learners in numeracy and literacy in English in Uganda: 2023 NAPE repo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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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Hope is Education,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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